2016년 9월 24일 토요일 온따나스 → 보아디야 델 까미노(30.59Km) 어제는 너무 힘들었는지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오늘은 순례길에서 맞는 두 번째 일요일이다. 벌써 2주째 걷고 있다. 보통 순례길 완주를 30일 내외인 것을 봤을 때 이제 절반은 걸어온 샘이다. 9월도 이제 일주일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가 생긴 건 산티아고까지의 남은 거리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덥던 날씨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진다. 이제는 얇은 바람막이를 입고 새벽에 길을 나선다. 물론 해가 뜨면 한여름처럼 더워지는 건 여전하다. 늘 그러하듯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BAR에 들렀다. 그곳에서 모닝커피와 빵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랜다. 라떼의..
2016년 9월 23일 금요일 부르고스 → 온따나스(32.44Km)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서 가장 힘들다는 메세타 구간에 접어들었다. 메세타 구간은 고원지대로 스페인 전체 면적의 2/3를 차지한다. 이 구간이 힘든 이유는 바로 건조하고, 태양이 강렬하다. 또한 그늘이 거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순례자들에게는 가장 힘든 구간이 바로 메세타 구간이다. 목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는 양떼 한참 걷다 보니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보인다. 그런데 이 친구들 딱 봐도 어린 친구들이다. 알보 고니 순천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단체로 순례길을 왔다고 한다. 중학생 12명, 교사 3명이 순례길을 찾았단다. 어른들도 걷기 힘든 이 길을 어린 남녀 중학생들은 묵묵하게 걷고 있다. 오늘은 정말 걷기에 너무 힘든 하루였다. 오늘의 ..
2016년 9월 22일 목요일 아헤스 → 부르고스(23.65Km) 어제는 늦잠을 잤지만,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길을 나섰다. 해가 채 뜨기 전의 길에는 안개가 깔려있다. 그리고 저기 앞에는 미국에서 온 제니, 스캇 부부가 걸어가고 있다. 그들은 나와 같은 9월 11일날 까미노를 시작했다. 그리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지금도 자주 마주친다. 스캇은 내게 발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걷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이들과 나눈 인사가 순례길에서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우리는 산티아고에 도착할 때까지 다시는 마주치치 못했다. 오늘 걷는 길은 오르막길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길바닥에 돌이 너무 많아서 걷기가 너무 힘들다. 발을 잘못 디디면 돌을 밟게 된다. 그래서 신경 쓰면서 걷다 보니 더욱 힘들다..
2016년 9월 21일 수요일 벨로라도 → 아헤스(26.35Km) 오래간만에 늦잠을 잤다. 어제 함께 알베르게에 묶었던 친구가 깨워준 덕에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부랴부랴 채비를 마치고 길을 나선다. 아침부터 강렬한 태양이 하늘에서 내리쬔다. 과연 지금이 가을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날씨가 무덥다. 걷는 동안 땀이 정말 많이 흐른다. 그래도 걷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겁다. 오늘은 여러 친구들과 걷는다. 걷다 보면 각자의 발걸음의 속도 때문에 헤어졌다가도, 중간중간 잠시 쉬는 시간에 다시금 만나곤 한다. 오늘은 유난히 산길이 많은 기분이다. 그리고 그늘이 없는 길은 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렇게 힘든 길을 걷다가 "오아시스"를 만났다.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의 이름이 "오아시스" 이다. 이곳에는 ..
2016년 9월 20일 화요일 산토도밍고 → 벨로라도(23.18Km) 순례길에서의 일상은 매우 단순하다. 이른 아침 배낭에 짐을 챙기고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후 길을 나서거나, 길을 걷다가 처음 마주치는 BAR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너무도 간단한 일과다. 그리고본인이 목표했던 마을에 도착하면 알베르게로 향한다. 오늘도 이른 아침 짐을 챙겨 길을 나선다. 며칠 전부터 부산에서 온 어린 친구와 함께 걷고 있다. 나보다 10살이나 어리지만, 대화가 잘 통하고 나이에 비해 굉장히 성숙한 친구 같다. 또다시 해바라기와 수확이 끝난 밀밭이 펼쳐진다. 우리는 이 길을 걸으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서로에게 가장 궁금한 건 "왜? 이 길을 걷는가?" 이다. 그 친구는 ..
2016년 9월 19일 월요일 나헤라 →산토도밍고데라칼사다(19.19Km) 또다시 수확인 끝난 텅 빈 밀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9월 중순이 넘었지만 한낮에는 아직도 여름처럼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순례길을 걷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랫동안 걷다 보니 발이 아프다. 걷는 게 아무리 익숙해진다 해도 매일 이렇게 걷는 건 힘든 일이다. 같이 길을 걷던 친구들이 내게 묻는다. “무슨 생각 하면서 걸으세요?” 무슨 생각? 별생각이 없다. 그저 힘들다는 생각. 내가 질문을 던진 친구에게 돼묻는다. “넌 지금 힘들지 않아?” 그 친구는 기다렸다 듯 “네. 너무 힘들어요” 라는 답을 한다. 간혹 순례자들은 이 길을 걸으면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 같다. 그래서 길을 걸으면서 무슨..
2016년 9월 18일 일요일 로그로뇨 → 나헤라(32.45Km) 알베르게 입구에 산티아고까지 610Km 남았다는 문구가 있다. 벌써 200Km를 걸은 것인가?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면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랑비가 내린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춥다. 어제의 축제는 아침까지 이어진 모양이다. 젊은이들이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서 와인을 마신다. 그들은 우리를 보며 "니하오" 라며 인사를 건넨다. 짜식들... 우린 한국인인데... ㅜㅜ 이제 걷는 것에 많이 적응이 되었는지 오늘은 무려 13Km를 쉬지 않고 걸었다. 걷는 길이 너무 멋지고 좋다. 걷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을까? 문득 이런생각이 머릿속에 스친다. 분명 아침에 남은 거리는 610Km였는데... 지금은 576Km가 남았단다. 그럼 벌써..
2016년 9월 17일 토요일 로스아르꼬스 → 로그로뇨(29.05Km) 오전 6시 30분. 해가 채 뜨기 전에 어두운 새벽길을 나선다. 오늘의 목적지인 로그로뇨에는 와인축제가 한창이라고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걸음을 재촉한다. 혹시나 사람들이 몰려서 알베르게가 정원 초과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사실은 나 역시 그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길을 나섰다.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흐리다. 그래서 레인커버를 씌우고 길을 걸었다. 조금 걷다 보니 배속에서 난감한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난감한 순간이다. 순례길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신호가 오면 참고 다음 마을의 BAR로 가거나, 아니면 숲속(?)으로 가야 한다. 다음 마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난 어쩔 수 없이 숲속을 택했다. 쉬지 않고 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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