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6일 월요일 까리온데로스꼰데스 → 떼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27.89Km) 역시 메세타는 황량하다. 수확이 끝난 밀밭은 황량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길가에 자라는 풀 역시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유감없이 말해준다. 몸이 힘들어서 일까? 사진을 찍는 일은 처음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냥 하염없이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길 뿐이다. 걷다 보니 아침을 먹지 못했다. 중간에 식사를 할 만한 BAR가 없었던 탓이다. 다소 늦었지만 함께 걷던 친구들과 BAR에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빠에야". 늘 아침으로 빵과 커피를 마시다가 처음으로 빠에야를 먹었다. 늦게 먹었지만 나름 맛나고, 든든하다. 까미노라고 불리는 스페인 순례길은 노란색 화살표만 따라가면..
2016년 9월 25일 일요일 보아디야 델 까미노 → 까리온데로스꼰데스(28.65Km) 요 며칠은 사방이 갈색으로 물든 텅 빈 밀밭 길을 주로 걸어왔다. 메세타 지역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침부터 물길을 걷는다. 강이라고 하기엔 크지 않고, 하천이라고 하기엔 조금 큰.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물가를 걸으니 매우 좋다. 나보다 먼저 길을 나선 순례자들이 많이 보인다. 갑자기 욕심이 생긴다. 나와 같이 걷던 친구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보다 먼저 앞서가는 순례자들을 따라잡기 위함이다. 이런 무모한 도전은 계속되었고, 우리는 결국 눈앞에 보이던 모든 순례자를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무리를 한 나머지 한참 동안 쉬면서 체력을 보충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순례자들은 다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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