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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5일 일요일
보아디야 델 까미노 → 까리온데로스꼰데스(28.65Km)
요 며칠은 사방이 갈색으로 물든 텅 빈 밀밭 길을 주로 걸어왔다. 메세타 지역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침부터 물길을 걷는다. 강이라고 하기엔 크지 않고, 하천이라고 하기엔 조금 큰.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물가를 걸으니 매우 좋다.
나보다 먼저 길을 나선 순례자들이 많이 보인다. 갑자기 욕심이 생긴다. 나와 같이 걷던 친구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보다 먼저 앞서가는 순례자들을 따라잡기 위함이다. 이런 무모한 도전은 계속되었고, 우리는 결국 눈앞에 보이던 모든 순례자를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무리를 한 나머지 한참 동안 쉬면서 체력을 보충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순례자들은 다시 우리를 앞지른다. 그들은 우리를 보며 웃으며 말한다. "너희 정말 빠르구나." 괜히 기분은 좋다.
순례길은 경주가 아니다. 누가 먼저 도착했다고 해서 상을 주거나 하는 길이 아니다. 그런데도 가끔 이렇게 남보다 빨리 걷기 위해 애를 쓰곤 한다. 이건 정말 미련한 행동이다. 차라리 주변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 게 훨씬 좋은 거 같다.
오늘의 목적지는 까리 온 데 로스 꼰 데 쓰라는 마을이다. 이곳은 2017년에 방송되었던 나의 외사친이라는 프로그램에 방영된 마을이다. 그때 심상정 의원님이 이 마을의 수녀님과 함께 방송을 하셨던 곳이다.
나와 친구는 이날 늦게 도착한 탓에 방송에 소개된 알베르게에는 입실하지 못했다. 대신 근처에 있는 다른 알베르게로 갔는데, 그곳은 하루에 5유로라는 아주 저렴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아주 편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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