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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4일 토요일

온따나스 → 보아디야 델 까미노(30.59Km)

오늘의 순례길 경로
이른아침 순례길을 나선다. 이곳 BAR에선 아침일찍 클래식 음악이 나온다.

어제는 너무 힘들었는지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오늘은 순례길에서 맞는 두 번째 일요일이다. 벌써 2주째 걷고 있다. 보통 순례길 완주를 30일 내외인 것을 봤을 때 이제 절반은 걸어온 샘이다.

9월도 이제 일주일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가 생긴 건 산티아고까지의 남은 거리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덥던 날씨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진다. 이제는 얇은 바람막이를 입고 새벽에 길을 나선다. 물론 해가 뜨면 한여름처럼 더워지는 건 여전하다.

그늘 없는 메세타지역을 걷는 순례자들. 그리고 그 뒤로 떠오르는 태양.

늘 그러하듯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BAR에 들렀다. 그곳에서 모닝커피와 빵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랜다. 라떼의 개념이 없는 이곳에 오늘은 하트 모양을 낸 라떼가 나왔다. 소소하지만 이 역시 즐겁다.

허기를 달래줄 우리의 양식.

한국에서는 이 정도의 식사량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매일 이렇게 먹는 습관을 들였더니, 이제는 이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그리고 길을 걸을 수가 있다. 물론 중간에 당 보충을 위해 콜라 한 잔을 마셔야겠지만!!

콜라. 한국에선 자주 마시지 않던 음료이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콜라만큼 훌륭한 음료가 없는 듯하다. 힘들어서 더 이상 걷지 못할 것 같다가도, 콜라 한잔 마시면 힘이 솟는다. 그리고 한참을 더 걸을 수 있는 체력이 생긴다. 아마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길을 건너다가 장난스런 사진을 찍는다.

처음에는 30Km 걷는게 부담이었지만, 이제 30Km정도는 걸을만해진다. 점점 순례길을 걷는 것에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물집은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한다. 다른 친구들은 이제 더 이상 물집이 생기지 않지만, 난 여전히 물집 때문에 힘들다. 컴피드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컴피드를 붙이고 걸으면 물집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통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힘들길이지만 같이 걷는 친구가 있어서 즐겁다.

끝없이 펼쳐진 순례길.

언제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도무지 끝이 없을 것 같았던 황량한 길을 걷다 보니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 나타난다. 이 마을은 입구부터 울창한 나무숲으로 순례자들을 반긴다. 더위에 지친 순례자들에게는 나무 그늘만으로도 큰 감동이 된다.

지친 순례자들에게 그늘을 제공해 주는 나무숲 길.

오늘 우리가 지낼 알베르게는 조금 특별하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벽에는 그림을 그려놓았고, 마당에는 푸르른 잔디가 순례자들의 휴식처가 돼준다.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 수영장이 있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수영장에 걸 터 앉아서 수영장에 발을 담그면서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쉬고 있으면 세상 아무 걱정거리가 없다.

역시!! 이 맛을 위해 우리는 고생스러운 길을 그렇게 걷는지도 모른다.

알베르게 입구. 대문에서의 모습
수영장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는 순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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