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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0일 화요일

산토도밍고 → 벨로라도(23.18Km)

오늘의 순례길 경로

순례길에서의 일상은 매우 단순하다. 이른 아침 배낭에 짐을 챙기고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후 길을 나서거나, 길을 걷다가 처음 마주치는 BAR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너무도 간단한 일과다. 그리고본인이 목표했던 마을에 도착하면 알베르게로 향한다.

오늘도 이른 아침 짐을 챙겨 길을 나선다. 며칠 전부터 부산에서 온 어린 친구와 함께 걷고 있다. 나보다 10살이나 어리지만, 대화가 잘 통하고 나이에 비해 굉장히 성숙한 친구 같다.

또다시 해바라기와 수확이 끝난 밀밭이 펼쳐진다. 우리는 이 길을 걸으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서로에게 가장 궁금한 건 "왜? 이 길을 걷는가?" 이다. 그 친구는 군 복무 시절 전역 후 버킷리스트 작성하던 중 순례길이 리스트에 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8개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아 이곳에 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청춘이다.

오늘도 열심히 걷는 나의 뒷 모습

나는 200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누나의 영향으로 이 길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항상 가고 싶은 여행 코스였지만, 직장인 신분으로는 긴 휴가를 받아서 오는 게 쉽지 않았다. 이 길을 오는데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 길의 끝 산티아고. 그곳에 살고 있는 누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너무 설렌다. 곧 누나를 만날 수 있으니깐...

힘들지만 즐겁고 행복한길

누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후 그곳이 너무 맘에 들어서 약 10년 가까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처음 이 여행을 준비할 때 누나의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누나는 모든 여행은 준비하는 게 시작이라며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많은 정보 없이 이 길을 걸었고, 길을 걸으며 만난 친구들에게 정보들을 수집하며 걷고 있다.

쉴때에는 반드시 신발을 벗어 열기를 제거한다.

오늘 알베르게에는 부산에서 오신 나이가 많은 부부 2쌍이 계신다. 그들은 형제지간으로 부부동반으로 순례길을 찾았다고 한다. 멋진 인생을 살고 계신 거 같다. 나도 나중에 저 나이가 되어 저렇게 멋지게 살고 싶다.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에게 스페인 쌀로 냄비밥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스페인의 쌀은 한국의 쌀과는 달라서 냄비밥을 하면 설익는 경우가 많다. 아주머니께서도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신 후 깨우치셨다고 한다.

라면과 밥. 이곳에서는 정말 최고의 한끼다.

아주머니의 가르침으로 냄비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녔던 라면을 끓였다. 이렇게 또 멋지게 한 끼를 해결한다. 순례길에선 정말 아무렇지 않는 것에 행복을 느끼게 하는 마력이 있다.

TIP.

☞ 스페인쌀로 냄비밥 짓기.

대부분의 알베르게에는 순례자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주방이 있다. 이곳에 있는 냄비를 이용해 밥을 짓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쌀을 약 2시간정도(최소1시간) 충분히 물에 담둬둔다. 그리고 한국에서 냄비밥을 하듯이 쌀을 안친다. 물이 끓을 때 쌀이 얼마나 익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물의 량이 부족하면 물을 보충하면서 계속 익힌다.

스페인 쌀은 우리의 쌀과는 달라서 수분 흡수력(?)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계속해서 물을 보충하지 않으면 설익거나, 밥이 탈수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밥을 하기 전에 충분히 쌀을 불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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