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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7일 토요일

로스아르꼬스 → 로그로뇨(29.05Km)

오늘의 순례길 경로

오전 6시 30분. 해가 채 뜨기 전에 어두운 새벽길을 나선다. 오늘의 목적지인 로그로뇨에는 와인축제가 한창이라고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걸음을 재촉한다. 혹시나 사람들이 몰려서 알베르게가 정원 초과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사실은 나 역시 그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길을 나섰다.

어둠이 짙게 깔린 순례길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흐리다. 그래서 레인커버를 씌우고 길을 걸었다. 조금 걷다 보니 배속에서 난감한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난감한 순간이다. 순례길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신호가 오면 참고 다음 마을의 BAR로 가거나, 아니면 숲속(?)으로 가야 한다. 다음 마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난 어쩔 수 없이 숲속을 택했다.

쉬지 않고 걷다 보니 BAR가 보인다. 함께 걷던 친구와 함께 커피 한 잔을 위해 잠시 BAR에 들렀다. 순례길에서는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곤 한다. 지금이 그런 순간 중 하나이다. 평소에는 별거 없는 커피 한잔이지만,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은 정말 맛있고, 행복의 크기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커피 한 잔.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여 오후 1시쯤 목적지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도착한 순례자들이 줄을 서서 체크인을 대기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알베르게는 오후 2시쯤 입실이 가능하다. 도착한 후에도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이곳 사람들은 우리처럼 서두르는 법이 거의 없다. 아무리 순례자들의 줄이 길어도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혹시 이곳이 한국이라면??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그 만큼 우리는 여유 없이 삶을 소비하는 것 같다.

알베르게 체크인을 위해 대기중인 순례자들

줄이 너무 길어서 체크인을 장담할 수 없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렸다. 다행히 나와 함께 걸었던 친구들은 체크인에 성공했다. 우리보다 조금 뒤에 줄을 섰던 한국인 순례자는 정원 마감으로 결국 주변의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둘러 점심을 먹은 나와 일행은 로그로뇨 와인축제를 구경하기 위해서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로그로뇨 주변 마을에서도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더욱 사람이 많은듯했다. 스페인의 젊은이들은 거리에서 서로에게 와인을 뿌리며 축제를 즐겼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축제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너무 무질서하고 정신 없었다. 결국 우리는 알베르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로그로뇨 성당의 모습.
광장에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TIP.

☞ 헤드랜턴을 챙겨라.

순례길을 걸을 때 해가 뜨기 전 새벽에 길을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때 헤드랜턴이 있으면 어두운 길을 걸을 때 매우 편리하다. 물론 헤드랜턴이 없는 경우 휴대폰의 조명을 이용할 수도 있다. 나는 헤드랜턴을 챙기지 않아 휴대폰 조명을 이용했는데,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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