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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6일 금요일

에스떼라 → 로스아르꼬스(22.37Km)

오늘의 순례길 경로

지난밤 과음을 한탓에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제의 과음을 이제야 후회한다. 그렇다고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머리는 지끈거리지만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알베르게를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BODEGAS IRACHE"에 도착했다.

순례자들에게 물과 와인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라체"

Peregrino!

Si quieres llegar a Santiago con fuerza y vitalidad de este gran vino echa un trago y brinda por la Felicidad

순례자여!

산티아고에 큰활력과 생기를 가지고 도달하고 싶은 이에게 이 와인이 성공을 가져다 줄것이다.

이곳은 두 개의 수도꼭지가 있는데. 오른쪽은 생수 왼쪽을 와인을 무료로 제공한다. 와인은 하루에 제공되는 양이 정해져 있다. 다음 순례자를 위하여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제 과음 때문에 머리가 아픈 나는 와인을 마실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한 모금 마신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곳에 와서 이 와인을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걷다 보니 양 떼가 보인다. 이곳 순례길에는 양 떼를 자주 볼 수 있다. 성경에서 하나님을 목자에, 사람을 양 떼에 비유하는 문구가 많은 이유를 이곳에 와서 깨달을 수 있었다.

한가로이 아침식사중인 양떼

걷다 보니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흐리다. 앞에 가는 어느 순례자는 벌써 우의를 착용하고 걷는다. 비가 오지 않아야 할 텐데... 걷는 중에 비가 오면 여러 가지로 힘들다. 아무리 우의를 착용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비에 젖는 일이 발생하고, 신발이 비에 젖기도 한다. 그래서 가급적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좋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오지는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심상치 않은 먹구름이 몰려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순례길. 그러나 길의 끝은 언제나 있는법.

아름다운 스페인 북부 농촌의 들판을 걷다 보니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 로스 아르 꼬스에 도착했다. 오늘 입실한 알베르께는 시설이 오래되었다. 샤워를 하던 중 갑자기 차가운 물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래도 다행이다. 다른 친구는 샤워 중에 한동안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정비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광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곳의 식당에 한글로 된 메뉴판이 있었다. 한국 순례자가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광장 옆에 있는 성당에 들렀다. 압도적인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곳 성당에는 순례자들을 위해서 스탬프를 비치해 놓는다. 스탬프를 찍는 것은 순례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나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고 스탬프를 찍었다. 

오늘의 점심메뉴.
웅장한 성당 내부의 모습.

늦은 밤 젊은 청춘들이 알베르게 잔디밭에 앉아서 우쿨렐레 반주에 맞춰서 "Let It Be" 를 부른다.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부른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대화가 조금 서툴지라도 그들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서로에게 응원을 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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