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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5일 목요일

뿌엔떼라 레이나 →에스떼라(23.56Km)

오늘의 순례길 경로

오늘은 한국의 추석이다. 길을 나서기 전에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 약간의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길을 걷던중 힘이 생기는 문구 하나를 발견한다. 아마도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돌무더기에 "Korean Buen Camino!" 라는 문구를 적은 돌을 올려놓았다. 외국에 나오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모둔 순례자. 부엔 까미노~~

순례길 대부분은 산길 또는 밭길인거 같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오늘도 수확이 끝난 텅 빈 밀밭 사이를 하염없이 걷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5월에 왔으면 더욱 좋았을껄...ㅎㅎ

황량한 순례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의 모습.

순례길을 걷다보면 그림자를 정말 자주 보게된다. 물론 우리의 일상에서 그림자는 자주 봤을테지만 순례길에서는 오직 걷는 여행이라서 더욱 눈에 띄는거 같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진다. 까미노 여행을 계획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면서 많은 분들이 자신의 그림자 사진을 블로그 또는 카페에 올리곤 했는데, 막상 순례길에 와보니 왜 그런지 알 수 있을거 같았다.

나와 같이 걷는 친구의 그림자.

오늘도 나는 물집 때문에 괴롭다. 물집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크기가 커질수록 고통도 비례해서 올라갔다. 걷는게 너무 힘들어서 같이 걷던 친구를 먼저 보내고 길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리곤 신발을 벗고 발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렇게 앉아서 쉬고 있는데, 지나가던 외국인 순례자가 말을 걸어온다.

영어로 하는 말이라서 정확하게 알아 들을수는 없었지만 "물집 때문에 많이 힘들겠다." 그러면서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며 내게 건넨다. 그건 바로 "컴피드" 컴피드는 우리나의 메디폼과 흡사한 제품이다. 물집에 붙일수 있도록 다양한 사이즈로 판매를 한다. 이날 그 친구의 도움은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감동이였다.

미국에서 온 순례자가 건네준 컴피드. 컴피드는 순례자들에게 꼭 필요한 필수템이라고 할 수 있다.

컴피드를 발에 붙이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아프지가 않았다. 너무너무 감사했다. 내게 컴피드를 건넸던 그 순례자는 약국에 판매하니깐 다음 마을에서 꼭 구입하라는 말을 남기도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보통 순례길을 걷다보면 비슷한 속도로 걷기 때문에 순례자들을 몇 번이고 마주치곤 한다. 하지만 내게 컴피드를 건넨 그 순례자는 그 후로 한번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밀밭. 그리고 가을하늘.

물집의 고통이 없어지자 걷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멋진 풍경을 걸으며 한참을 걷다 보니 당나귀가 보인다. 실제 당나귀를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기하다.

 

순례길에서 만난 당나귀. 귀여운 녀석.
오늘 나의 안식처가 되어준 알베르게.

오늘 저녁은 빠에야를 먹기로 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먹지 못했는데, 오늘 드디어 먹었다. 얼핏 보기엔 우리나라 볶음밥 같기도 했다. 맛있는 맥주와 함께 먹으니 세상 꿀맛이 따로 없다.

빠에야. 그리고 흑맥주.

맥주를 여러 잔 마셨다. 취기가 살짝 오른다. 그리고 알베르게에 도착했더니, 여러 순례자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다. 자리에 앉아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내일 걷는 게 걱정되긴 했지만, 아직 내일이 오지는 않았으니 그냥 지금은 즐겼다.

브라질 출신의 순례자 부부. 취했는지 사진이 흔들렸다. ㅜㅜ

TIP.

☞ 가급적 고체샴푸를 챙겨라.

고체 샴푸는 액체 샴푸에 비해 보관이 용이하다. 또한 항공 보완 검색에서도 유리하고, 무엇보다 무게가 가볍다. 때문에 순례자의 배낭 무게를 줄여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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