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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4일 수요일
팜플로나 → 푸엔떼라 레이나(24.11Km)
비가 오지 않고 화창한 날씨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기분좋게 길을 나선다. 순례길을 걸을때는 보통 한낮의 태양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 새벽 일찍 걷는다. 스페인 지역은 한국보다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길을 나설때에는 해가 없는 어두운 길을 걷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내 태양은 뜨고 어두움은 자취를 감춘다.
내가 까미노를 걸었던 시기에는 밀밭의 수확이 끝난 시기였다. 사방이 수확인 끝난 밀밭 뿐이다. 그래서 온통 들판은 갈색 뿐이다. 만약 5월에 이 길을 걸었다면, 녹색의 밀밭을 볼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밀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도 들을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순례길을 꿈꿨던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시간이 쉽게 허락되지 않기에... 지금 이라도 걸을수 있어서 행복했다.
갈색으로 뒤덮인 들판위로 파란 하늘이 너무도 멋지다. 스페인의 가을 하늘역시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구름이 너무도 멋지다. 한국에서 볼때의 하늘보다 왠지 더욱 멋지게 보인다.
멋진 풍경들을 보면서 기분 좋게 걸음을 옮긴다. 이곳에서는 생각이 단순해진다. "오늘은 어디까지 걸을까? 오늘은 뭘 먹을까? 오늘은 어디서 잘까?" 이 단순한 생각만이 주로 머릿속에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다. 오로지 이 길에만 집중할수 있다. "일상의 탈출"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나는 이 길을 처음 걸을 때부터 줄곧 50분 걷기. 10분 휴식이라는 나만의 원칙을 가지고 걸었다. 사실 한국에서 거의 걷지 않는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많은 걸음을 걷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다. 그 방법은 초반 순례길에 적응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거 같다. 물론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걷다보니 이번에는 거대한 해바라기 밭이 우리의 순례자들을 반겨준다. 엄청난 규모의 해바라기 밭이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해바라기를 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렇게 엄청난 해바라기꽃을 보면서 오르막길을 걸어오르다 보면 익숙한 조형물이 우리를 반긴다. 페르돈의 언덕. 누구나 까미노를 준비하면서 접하게 되는 사진중 하나이다. 그걸 이렇게 빨리 볼줄을 몰랐다. 그래도 몹시 반가웠다. 언덕에은 이미 순례자들로 가득했다. 저마다 사진을 남기기 위해 조형물에 다가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법. 페르돈의 언덕 조형물은 언덕의 정상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리막길. 아무래도 내리막길은 오르막길에 비해서 편하다. 그러나 항상 발목이 접질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약 여기서 접질른다면... 어렵게 찾아온 순례자의 길은 끝이다. 조심하면서 내려오던중 또 한번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누군가 한국에서부터 챙겨서 여기까지 왔구나. 순간 마음 한구석이 먹먹하고 미안함 생겼다.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잊지 않기로 다시한번 다짐을 했다.
오후가 되자 물집은 더욱 심해지는 거 같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통이 엄청나게 심했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다. 참고 걷는 수밖에... 아픔을 참고 걷는 것도 순례의 일부분이다. 휴식 때마다 신발을 벗고 발의 열기를 없애는 방법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게 아픔을 참고 걷다보니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늘 하던 대로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한다. 그리고 끼니를 준비한다. 오늘은 왕형님과 부산의 젊은친구과와 함께 수제비를 해 먹기로 했다. 장을 보기위해 마트를 가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정말 이곳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
또 하루를 마감한다. 하루하루가 갈수록 발의 물집의 고통은 커지고 고통이 커지는 만큼 산티아고와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내일은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하는 맘으로 오늘을 마감한다.
TIP.
☞ 등산매트를 챙겨라.
까미노에는 순례자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된 곳이 많지 않다. 대부분 흙길로 되어있기 때문에 등산매트를 챙겨 가면 용이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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