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8일 일요일 로그로뇨 → 나헤라(32.45Km) 알베르게 입구에 산티아고까지 610Km 남았다는 문구가 있다. 벌써 200Km를 걸은 것인가?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면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랑비가 내린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춥다. 어제의 축제는 아침까지 이어진 모양이다. 젊은이들이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서 와인을 마신다. 그들은 우리를 보며 "니하오" 라며 인사를 건넨다. 짜식들... 우린 한국인인데... ㅜㅜ 이제 걷는 것에 많이 적응이 되었는지 오늘은 무려 13Km를 쉬지 않고 걸었다. 걷는 길이 너무 멋지고 좋다. 걷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을까? 문득 이런생각이 머릿속에 스친다. 분명 아침에 남은 거리는 610Km였는데... 지금은 576Km가 남았단다. 그럼 벌써..
2016년 9월 17일 토요일 로스아르꼬스 → 로그로뇨(29.05Km) 오전 6시 30분. 해가 채 뜨기 전에 어두운 새벽길을 나선다. 오늘의 목적지인 로그로뇨에는 와인축제가 한창이라고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걸음을 재촉한다. 혹시나 사람들이 몰려서 알베르게가 정원 초과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사실은 나 역시 그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길을 나섰다.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흐리다. 그래서 레인커버를 씌우고 길을 걸었다. 조금 걷다 보니 배속에서 난감한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난감한 순간이다. 순례길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신호가 오면 참고 다음 마을의 BAR로 가거나, 아니면 숲속(?)으로 가야 한다. 다음 마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난 어쩔 수 없이 숲속을 택했다. 쉬지 않고 걷..
2016년 9월 16일 금요일 에스떼라 → 로스아르꼬스(22.37Km) 지난밤 과음을 한탓에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제의 과음을 이제야 후회한다. 그렇다고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머리는 지끈거리지만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알베르게를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BODEGAS IRACHE"에 도착했다. Peregrino! Si quieres llegar a Santiago con fuerza y vitalidad de este gran vino echa un trago y brinda por la Felicidad 순례자여! 산티아고에 큰활력과 생기를 가지고 도달하고 싶은 이에게 이 와인이 성공을 가져다 줄것이다. 이곳은 두 개의 수도꼭지가 있는데. 오른쪽은 생수 왼쪽을 와인을 무료로 제공..
2016년 9월 15일 목요일 뿌엔떼라 레이나 →에스떼라(23.56Km) 오늘은 한국의 추석이다. 길을 나서기 전에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 약간의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길을 걷던중 힘이 생기는 문구 하나를 발견한다. 아마도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돌무더기에 "Korean Buen Camino!" 라는 문구를 적은 돌을 올려놓았다. 외국에 나오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순례길 대부분은 산길 또는 밭길인거 같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오늘도 수확이 끝난 텅 빈 밀밭 사이를 하염없이 걷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5월에 왔으면 더욱 좋았을껄...ㅎㅎ 순례길을 걷다보면 그림자를 정말 자주 보게된다. 물론 우리의 일상에서 그림자는 자주 봤을테지만 순례길에서는 오직 ..
2016년 9월 14일 수요일 팜플로나 → 푸엔떼라 레이나(24.11Km) 비가 오지 않고 화창한 날씨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기분좋게 길을 나선다. 순례길을 걸을때는 보통 한낮의 태양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 새벽 일찍 걷는다. 스페인 지역은 한국보다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길을 나설때에는 해가 없는 어두운 길을 걷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내 태양은 뜨고 어두움은 자취를 감춘다. 내가 까미노를 걸었던 시기에는 밀밭의 수확이 끝난 시기였다. 사방이 수확인 끝난 밀밭 뿐이다. 그래서 온통 들판은 갈색 뿐이다. 만약 5월에 이 길을 걸었다면, 녹색의 밀밭을 볼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밀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도 들을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순례길을 꿈꿨던 나로서는 조금 ..
2016년 9월 13일 화요일 라라로샤 → 팜플로나(15.33Km) 지난밤 열대야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룰수 없었다. 새벽녘 겨우 잠에 들었다가 이른 아침(6시 15분)에 잠에서 깨어 순례길 3일차의 준비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제 무리를 많이 했는지 양쪽 발에 물집이 여러개 생겼다. 급한대로 물집에 밴드를 붙이고 밴드가 떨어지지 않도록 반창고로 고정한 후 셋째날 순례길에 올랐다. 발에 잡힌 물집은 걸음을 옮길때마다 큰 고통이 주었다. 하지만 이 역시 순례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며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오늘 오전에 걸은 길은 하천을 따라 길이 있었다. 덕분에 시원하게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걸을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아침부터 흐리던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본격적으로 비가 시..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론세스바예스 → 라라로샤(30.5Km) 새벽 4시 30분에 기상을 했다. 무거운 베낭탓에 어깨가 너무도 아프고, 다리 역시 천근 만근이다. 과연 오늘 걸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마저 든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길을 나설 채비를 마치고, 어제 예약해둔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다. 태양은 어제만큼이나 강렬했다. 그러나 오늘은 어제처럼 계속되는 오르막길이 아니였다. 평평한 길과, 마치 어릴적 뛰놀던 뒷산을 연상하게 되는 낮은 숲길을 걸었다. 소나무 울창한 숲길을 지날때면 마치 이곳이 한국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어제 십자가를 메고 순례를 하던 친구를 만났다. 마치 원래 아는 친구를 본것처럼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말았..
2016년 9월 11일 일요일생장 → 론세스바예스 ( 22.5Km) 드디어 산티아고를 향해 나아가는 첫번째 날이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서둘렀다.어제 묵었던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 한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이른 새벽. 나를 포함한 많은 순례자들이 길을 떠날 채비를 한다. 오늘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고 있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한다. 피레네 산맥의 해발 1,435M 지점을 지나야 한다.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처음 길을 떠날 때부터 계속해서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걸었을 때 정말 멋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금껏 이렇게 멋진광경을 본적이 있던가? 그 멋진 광경이 사진으로 똑같이 옮길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피레네 산맥은 순례자들에게 멋진 광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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