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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30일 금요일
산마틴델까미노 → 아스트로가(26.65Km)
9월의 마지막 날이다. 뭔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침이다. 사실 오늘은 어제랑 단지 하루 차이지만 마지막 날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특별함을 찾으려고 한다. 하긴 그런 재미라고 없으면 삶이 너무 재미없을 것 같다.
아침 7시 순례길을 나선다. 뭔가 시작이 좋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혼자 걸으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 한참을 걸었다. 별거 아니지만 아주 재미있고 만족스럽다. 보통 밖에서 소래 내면서 노래를 부르는 게 쉽지 않지만, 인적이 드문 까미노 길이기에 가능하다.
혼자 걷지만 뱃속은 든든해야 하기에 늘 하던 대로 BAR에 들러서 아침을 챙긴다. 혼자 먹는 아침이라 조금은 처량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러한 여유를 즐겨야 한다. 편하게 마음을 먹고 아침을 먹었다.
걷다가 중년의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아저씨께서 발에 부상이 와서 많이 걷는 게 힘들다고 하신다. 그래서 천천히 조금씩 걷는다고 하신다. 이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아주머니께서 얼마 전 정말 유쾌한 한국인 순례자를 만났다며 자랑하신다. 그리고 그 순례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헐~~ 나와 초반 까미노를 함께 걸었던 왕형님이었다. 왕형님의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너무도 반가웠다.
이제 제법 가을 날씨에 접어든 것 같다. 여전히 햇빛은 강렬하지만,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순례초 반 더웠던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딱 걷기 좋은 날 기분 좋게 길을 걷는다.
힘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걷고, 그렇게 걷다 보니 오후 1시쯤이 되었을 때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은 아스트로가라는 작은 마을에 머물 예정이다.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한 후 샤워, 빨래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어느덧 오후 3시가 되었다. 그리고 날씨가 곧 비가 올 듯이 흐리다.
그래도 점심을 먹어야 하니 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혼자 늦은 점심을 먹으며 맥주를 마셨다. 혼자서 늦게 먹는 점심이지만 나름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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