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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일 일요일

엘 아세보 → 빌라프란카(43.85Km)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아침. 오늘도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한다. 9월 11일에 시작했던 순례길은 어느덧 22일째로 접어들었다. 그만큼 이제는 산티아고와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이 여행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이른 아침. 지난밤을 보냈던 숙소를 뒤로하고 길을 나선다.

평소처럼 길을 걷는 중에 굉장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말을 타고 순례하는 사람을 본 것이다. 순례길을 완주하는 방법에는 걷기, 자전거타기, 말타기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금까지 길을 걸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순례자는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말을 타고 순례하는 순례자는 처음 보았다. 아주 특별하고 멋져 보인다.

말을 타고 순례하는 순례자

오늘은 초반부터 길을 잃었다. 산을 내려가는 길에 한참을 걸어도 노란 화살표가 보이질 않았다. 순간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왔던 길을 되돌아 노란 화살표가 있는 지점까지 다시 가야 하나? 아니면 지금의 길로 계속 걸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지금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고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그렇게 산을 거의 내려올 무렵 노란 화살표를 발견했다. 그 반가움이란... 표현하기 어려웠다. 어느 순간 나는 화살표 하나를 무심코 지난 듯했고, 그로 인해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닌 차량이 다니는 길로 접어든 것 같았다.

길을 잃다.

순간 깨달음은 있었다. 인생을 살다가 잘못된 지점을 알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되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진행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것인가?’

뭐 이런 식의 말로 쉽게 정리되는 않는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노랫말과 너무 닮은 예쁜집!!

오늘은 순례길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장 긴 거리를 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미친 짓이다.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 왠지 걸음을 멈추기 싫었다. 그래서 계속 걷다 보니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알베르게 주인은 엘 아세보에서 출발하여 이곳에 도착했다고 하니, 엄지척을 해준다.

 

마을 입구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

오늘 도착한 빌라프란카라는 작은 마을이다. 스페인의 평범한 작은 마을이지만, 최근 국내 예능에서 소개되면서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마을이다.

스페인 하숙

오후 늦게까지 걸어서 힘들었던 터라 배불리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지친 하루 심신을 달래줄 맛있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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