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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7일 화요일

떼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 → 엘 부르고 라네로(33.85Km)

오늘의 순례길 경로
새벽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나선다.

아주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선다. 왜냐면 어제처럼 알베르게 입실이 거부될까 봐, 일찍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어제 서운한 마음이 크게 남았나 보다.

늘 그러하듯 오늘도 아침으로 빵과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 여유 있는 삶이다. 이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회사와 집을 오가며 삶의 스트레스 속에서 허우적댔을 것이다.

순례자의 길 프랑스 길은 스페인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경로이다. 그래서인지 매일같이 태양은 내 뒤에서 앞을 비춘다. 그래서 늘 나의 그림자의 보면서 길을 걷게 된다.

거의 매일 나의 그림자를 보면서 길을 걷는다.

순례길 초반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 걷던 친구가 오늘은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그 친구의 속도에 맞춰서 걸을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따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후 그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오늘의 목적지까지 걷기 힘들단다. 결국 이렇게 그 친구와 헤어지나 보다.

태양을 등지고 홀로 걸어가는 나의 모습

다른 친구와 걸으면서 저녁으로 뭘 먹을지를 이야기한다. 이 친구는 나이는 나보다 12살이나 어리지만, 음식을 제법 잘 만드는 친구다. 저녁 메뉴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하면서 길을 걷는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한 끝에 정해진 오늘의 메뉴는 고추장 볶음밥이다.

그리고 허리가 아프다던 동생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늦게라도 오늘의 목적지에 오겠다고 한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결국 오늘의 저녁 인원은 4명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음식을 준비하려는데 알베르게에 도착한 한국인 순례자들도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한다. 그렇게 자꾸 인원이 늘어서 결국은 한국인9명, 외국인2명. 총 11명의 대 식구가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 계획과는 다르게 일이 점점 커져버렸다.

11인분의 대용량의 음식을 하다 보니 결국 음식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고추장 볶음밥은 결국 고추장 덮밥으로 메뉴가 급 변경되었다. 그래도 많은 친구들과 함께 먹는 밥이라서 여느 때보다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각자 가져온 와인을 마시며 늦은 밤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창문에 쌓아둔 술병들..
함께라서 즐거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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